거짓말의 발명/ 릭키 제바이스/ 미국, 2009



자칫, 3류 코미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네이버 영화검색에서 감명 깊게 봤다는 소감을 믿고 보았다.


  결론을 말하자면 재미있고 유쾌하며 창의적이면서도 시사점을 많이 남겨주는 좋은 영화다. 물론 구성이나 스케일면에서는 B급에도 끼기 힘들겠지만 영화란 것이 스케일만으로 순위매겨지는 것이 아니기에 무언가 잔잔하면서도 가벼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찾는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영화의 배경은 다소 황당하다. 영화 속 세상에서는 거짓말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모두 진실만을 이야기한다. 인류의 역사와 거의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거짓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세심히 들여다봤을때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으나 가볍게 여긴다면 충분히 즐겁다. 애너는 마크 벨리슨에게 서슴지 않고 외모나 직업에 대한 발언을 하고  마크 밸리슨의 직장내 비서역활을 맡은 여자는 마크 밸리슨의 무능함을 집요하게 파고 든다.


  여기서 거짓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생각보다 밝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실 사회가 무섭다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이 겉과 속이 다른 것이 아닌가? 겉으론 잔잔한 미소를 띄며 호의적으로 대하지만 속 꿍꿍이는 180도 차이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나는 거짓말을 그리 즐기지 않는 성격으로 거짓말이 없는 세상이 있다면 그 세상에서 살고 싶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난 너따윈 관심없어 라는 말을 들을지 언정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지내는 상황은 없지 않은가? 모두가 솔직하고 정직하게 사는 세상은 어쩌면 유토피아처럼 허황된 상상 속 이야기이겠지만 세상사에 시달리며 상처받는 이들에겐 한줄기 낭만적인 꿈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면 이처럼 무능하고 못 생긴 마크 벨리슨이 어느 날 은행 창구에서 문득 거짓말을 내뱉는다. 거짓말이 없는 세상에서 그의 거짓말은 다른 사람들에게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그는 말 한마디로 은행 돈을 갖다 쓰며 부자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는데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벌벌 떠는 어머니를 위로해드리려고 내뱉은 거짓말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다. 그는 두문불출하며 사후 세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가다듬고 이를 기자회견을 통해 전세계로 알린다. 여기서 사후세계는 기독교적인 종교관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진 개념인데, 다른 이들의 소감평을 보면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통쾌한 비판이라고도 이 영화를 평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보다 애나와 마크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감상하였다. 늘씬한 매력을 지닌 애나는 마크와 결혼하면 뚱뚱하고 못 생긴 아이들을 낳는다며 마크의 사랑을 거부한다. 영화 상영시간 내내 시종일관 거부하던 그녀는 잘생긴 마크의 직장동료와 결혼을 결심하는데 결혼식장에서 마크의 진실된 구애를 받고 갈등한다. 결국 그녀는 마크에게 마음을 열며 둘은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영화 라스트씬에서는 마크의 아들이 나오며 애나가 해준 맛없는 음식을 맛있다고 거짓말하는 장면과 함께 '이 세상에 거짓말을 할 줄 아는 이가 두 명이 되었다'라며 훈훈하게 마무리 짓는다.


  조건을 따지고 드는 애나를 과연 비난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는 배우자의 외모, 돈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 꺼리면서도 속으로는 깐깐히 따진다. 따라서 남자는 좀 더 돈을 많이 벌고 유능해 보이기를 갈망하고 여성은 아름다워 지기를 갈망한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사회풍조이며 나 역시 어느 정도 조건이 맞아야 별 탈 없이 잘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행복한 삶의 충분조건일 뿐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진정 행복한 삶을 살려면 우선 많은 가치와 기준에 대해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가벼우면서도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영화였다.


참신성 ★

개연성 

연기력 

영상미 

재   미 


종합평점 (별 5개 만점)

한줄평 : 거짓없는 세상 속에 처음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게된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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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래싱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