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안태진/ 한국, 2022

 

병자호란, 삼전도의 굴욕 이후 청나라로 끌려간 소현세자가 8년 뒤 다시 조선에 돌아오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을 때, 시신의 상태가 이목구비 일곱 구멍에서 모두 선혈이 흘러나와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는 인조실록에 기반하여 상상력이 가미된 창작 사극물이다.

 

여기에 독특한 설정을 더해 주인공이 소경이나 야간에는 오히려 볼 수 있는 소경으로 나오고, 이는 여러 암투와 사건의 진실을 목격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실제로 검색해보니 극 중 류준열이 앓고 있는 주맹증이란 병은 밝을 때는 볼 수 없으나, 야간에는 희미하게 사물의 윤곽이 보이는 병이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에 나온  창작사극물 중 완성도가 꽤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흡사한 느낌의 영화로는 관상이 떠올랐다.

관상보다 뛰어났던 점은 단순히 관상이 수양대군의 반정이란 사실을 담아내는 데 그쳤다면,

올빼미는 갈수록 강국이 되어가는 청나라와 임진왜란 이후 재조지은의 빚이 있는 조선과의 불편한 관계, 그리고 삼전도의 굴욕을 당한 인조와 새롭게 커가는 청나라에 붙으려는 신하 세력 등 역사적인 인물을 입체감있게 그려내었다.

특히 유해진의 인조 연기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단순히 정의롭거나, 악하거나 한 평면적인 인물이 아니라

삼전도의 굴욕으로 청에 비분강개하는 자신과 달리, 청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인 소현세자에 대한 질투와 분노가 커져가는 과정을 잘 그려냈으며, 풍을 맞아 짜증과 병약함이 묻어나는 연기, 그리고 마지막의 실체까지

그가 여태 보여주었던 연기의 한계를 깨버리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다소 아쉬웠던 점은 관상은 정말 '관상'이란 소재를 맛깔나게 그렸고, 이를 역사적 사실과 잘 버무려내 완성도가 높았는데,

올빼미는 소경이지만 밤에는 볼 수 있는 설정이 참신하고 나름대로 극과 어울리긴 했으나, 이를 맛깔나게 살리진 못했던 듯 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약간은 무미건조하게 흘러가며, 서사가 자연스럽게 기승전결을 향해 가는 느낌이 없었다.

또한, 소현세자가 류준열의 정체를 알고난 뒤에도 금세 수긍하고 확대경 등을 주며 친분을 쌓는 장면이나

원손과 류준열이 친분을 쌓게 되는 과정도 너무 뻔한 느낌이 들었다.

저잣거리에서 있던 소경침술사가 한 번에 임금과 세자에게 침을 놓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정리하자면, 주맹증의 소재와 병자호란 이후 청과 조선의 관계, 인조와 소현세자의 입장 차이 등을

완성도 있게 버무려낸 창작 사극물이나 수작이라고 뽑기엔 설정의 진부함과 현실성 부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관상 이후로 나온 창작 사극물 중 손에 꼽는 작품이며, 역사적인 긴장감을 그려낸 부분과 유해진의 병약하지만 간교한 임금 연기는 최고로 꼽을만 하다.

 

 

 

참신성 ★★★☆

개연성 ★★★☆

연기력 ★★★★★

영상미 ★★★

재   미 ★★★★☆

 

종합평점 ★★★★☆(별 5개 만점)

한줄평 : 참신한 소재와 역사적인 사실을 잘 버무려냈고, 유해진의 임금연기는 최고였다. 다만, 설득력은 살짝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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