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유성호/ 21세기북스, 2019

 

읽은 날짜(시작일/종료일) : 2023년 1월

평점 ★★★★

한줄평 : 수십년간 매주 죽음을 목격해온 이가 전하는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자주 나오는 저자의 책이라 기대하고 읽어보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주로 살인사건 등에서 법의학 소견을 말하는 분이라 책 제목과 연계하여 여러 살인사건에 대한 법의학 에피소드를 묶은 책인가 싶었다. 그러나 다 읽고나니 일부분 살인사건과 법의학 소견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책의 큰 주제는 죽음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개선이였다.

하긴 거의 법의학자가 된 이후 일주일에도 여러 명의 망자를 접하며, 죽음에 대해 수없이 많은 경험과 인물을 만났고, 생각을 해왔기에 이런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죽음에 대해 다양하게 고찰한다. 언제부터가 생명으로 인정받느냐는 논쟁부터, 흔히 알고 있는 의사조력자살, 안락사 등에 대해서 여러 견해를 소개한다.

 

  저자는 일부분 의사조력자살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동안 수많은 환자와 죽음을 만나면서 이미 자연적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여러 인공의학기계로 연명치료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게 주된 주장이였다. 나역시 그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극히 드문 소생확률을 기대하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치료비는 환자와 환자의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된다. 국가재정적으로도 이런 연명치료에 상당 비율의 의료비, 건강보험료가 사용된다고 하니 진지하게 사회에서 공론화되어, 소생가능성이 극히 낮은 기준(예를 들면 암4기 이상이라던지)을 의논하고, 이 경우 연명치료를 기본으로 하되, 환자 본인의 동의가 있다면 연명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바꿔야 한다.

 

  저자는 자살에 대해서도 실제 자살자를 가장 많이 보아온 직업인으로서 자살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고립감이 주된 원인임을 피력한다. 누구나 살다보면 어려움과 고난을 겪게 되고, 이때 사회안전망, 즉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정서적인 지지를 얻는 사람은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힘차게 삶을 사는 반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은 역경과 고난에 침착되어 자기 연민, 자기 비난, 희망없음 등의 악순환에 빠져 결국 삶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명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항상 단골소재로 등장하는 학교폭력에 시달린 청소년들의 자살부터, 취업에 실패한 젊은 청년들의 자살, 그리고 가족동반자살이란 미명으로 포장된 부모의 자녀살해 등 끔찍한 사건 사고를 접할 때마다 과연 국가와 사회에서 이러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의문이 든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죽음에 대해 미리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많은 죽음을 지켜보며 살펴본 결과,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진심어린 충고를 전한다. 그 누구보다 시체를 많이 접해보았으며, 때로는 살인같은 범죄부터 자살자들의 수많은 속사정, 질병으로 인한 죽음 등 수천 가지의 죽음을 통해 저자가 생각한 죽음의 의미를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것 같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일생을 통해 얻은 경험과 지식을 축약하여 내놓은 책이라 매우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간혹 어떤 책은 하나의 아이디어에 분량을 채우기 위해 여러 가지를 덕지덕지 붙여 써내려간 것이 보이는데, 이 책은 오히려 자신의 업에 대해 수십년간 생각해온 것들을 줄이고 줄여서 담아 놓은 느낌이다. 더불어 서울대 교수들이 대중을 위해 써내려간 서가명강이란 책 시리즈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 하나하나 시간이 되는 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법의학에 대한 재미있는 추리내용을 상상한다면 기대와는 다르겠지만, 기대와 달리 죽음이란 것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던 책이였다.

 

@ 좋은 문구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 5가지

첫째, 사랑하는 사람에게 평소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그리고 자주 해야 한다.

둘째, 죽기 전까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일, 즉 꿈꾸고 있던 일을 해야 한다.

셋째, 내가 살아온 기록을 꼼꼼히 남겨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겨줄 자산이 있어야 한다.

넷째, 자신의 죽음을 처리하는 장례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모으기 위해 경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를 바란다.

다섯째, 지금 건강하다면 건강을 소중히 여기고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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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래싱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