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사회/ 양정호/ 생각비행, 2017




 하청사회라는 제목과 지속가능한 갑질의 조건이라는 부제가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저자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재직중인 사람인데, 확실히 전반적으로 책 내용에 우리가 잘 몰랐던 사회의 노동현실에 대해 현직자로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


  그는 이 책에서 하청사회를 떠받치는 두 개의 조건을 소개한다. 첫째는 지대추구행위이며 두번째는 외주화이다.

  첫째, 지대추구행위란 사회적으로 한정된 재화나 용역을 소유한 이가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서 정당한 이익 또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더 많이 추구하는 행위다. 대표적인 예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소개하는데, 성수나 망원 같은 과거 낙후 지역의 가치를 올려놓은건 그 지역에 모여든 예술가나 독창적인 사업주인데 반해 임대료 상승 등의 이익을 얻어간건 그 지역의 건물주란 소리다. 보다 광범위한 지대추구행위는 각종 대기업들의 프랜차이즈나 PB상품과 같은 판매전략일 것이다. 그들은 대기업이란 네임밸류와 가치를 이용하여 기존 소규모상권이 선점하고 있던 시장에 들어가 이익을 내고, PB상품 또한 대형마트 브랜드만 붙였을뿐 실상은 중소식품가공업체가 생산한 제품을 본인들의 브랜드값을 붙여 파는 것이다.

  이렇게 지대추구행위는 하청사회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둘째, 외주화이다. 외주화란 기업들의 자신의 사업영역 중 핵심사업만을 영위하고 나머지는 여러 업체에게 나뉘어 기업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언뜻 보면 대기업의 독점적인 권한이 축소되고 여러 업체들이 이익을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여러 업체를 자기의 하청처럼 부리면서 정당한 이익을 나눠주지 않고 지대추구행위처럼 초과이익을 추구하는 행태이다.


  저자가 소개한 예 중에 흥미로웠던 것은 배달앱 등을 통해 이뤄지는 배달원들이 배달앱회사나 음식점주들에게 고용된 고용인이 아닌, 개인사업자의 지위를 갖는다는 점이였다. 언뜻보면 이 역시도 배달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동등하게 취급하려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에겐 최소한도의 이익이 돌아가며, 그들이 업무 중 어떤 사고를 당해도 음식점주나 배달업주는 책임지지 않고, 4대보험의 의무 또한 없는 하청사회의 단면이다. 또한 퇴직금이나 기본적인 복리후생 제공의무에서도 벗어난다.

 

 저자는 위의 두가지 원인을 소개하고 마지막챕터에서 인공지능이나 기술의 발달, 개인주의의 확산, 개인사업가의 증가 등 사회적인 흐름도 소개한다.

 마지막에 다소 아쉽게 을들이 뭉쳐서 이러한 흐름을 막아보자며 끝내는데 일개 개인이자 한 회사의 직원으로서 어쩔 수 없다는걸 알지만 담대하게 논의해온 내용에 비하면 아쉬운 면이 있다.


 그래도 우리 사회의 구조에 대해 하청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이렇게 논리적으로 풀어냈으며, 근로복지공단에서 근무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하청행태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은 책이였다. 작고 얇은 두께이면서 내용도 꽤나 알차게 들어있는 양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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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래싱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