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나면 안 된다/ 강준만/ 인물과사상, 2015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흔히들 희망조로 이야기하는 속담을 뒤짚어 개천에서 용이 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제목에 끌려 읽어보게 되었다.

부제는 갑질공화국의 비밀이라고 달려 있는데 최근 사회현상 중 갑질현상에 대한 흥미가 생겨서 더욱 재밌게 읽어보았다.


작가는 강준만으로 인터넷상이든 책에서든 비평가로 유명한 사람이다.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개천에서 용나는 사회는 대다수가 개천에 사는 물고기떼와 같은 우리들에게 극소수의 사람이 하늘로 올라가는 희망을 제시함으로써 사회 거시적인 문제를 개인 미시적인 문제로 설정하고 사회지도층의 책임을 회피하는 사회이다.


따라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가 아닌 개천이 살기 좋은 곳이 되어 대다수의 국민들이 개천에서도 인간으로서 정당한 대우와 사회적인 안정망 속에서 사는 사회를 지향하자는 이야기다.


이 책에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오찬호) 책의 내용이 그대로 한 챕터로 들어왔는데

현재 20대 및 30대 젊은층 대다수는 교육수준과 학습결과를 절대적인 지표로 삼고 그에 따른 차별을 찬성한다.

사실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한국 사회에서 수능성적은 부모의 경제력과 교육관심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회학적으로도 충분히 증명된 사실이다.

즉, 전체적으로 분명히 교육에 있어 부모의 경제력과 교육관심도가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도 그 결과를 모두 개인의 노력탓으로 치부하고 차별대우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전환문제도 생각해보자.

공공기관 정규직의 비정규직 전환에 대한 다수의 시각은 '날로 먹는다' '우리는 시험보고 들어왔는데 불공평하다'라는게 주된 관점이다.

그러나 임금의 본질은 입사하기 위한 난이도와는 달리 일의 중요성이나 필요한 지식과 능력, 고된 정도 등이 결정하는게 타당하다.

그리고 과연 내가 다른 이보다 힘들게 입사했다고 해서 평균연봉이 2배가량 차이나고 진급과 대우에서도 평생 차별받는 상황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민주사회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인천공항을 예로 들자면 인천공항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우수한 언어능력을 갖춘 유능한 인재도 있겠지만

하루 수십만명이 이용하는 공항을 깨끗이 관리하는 청소부도 필요하고 수십만명의 안전을 위한 보안인력도 필요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입사난이도는 일반공기업 중 최상위권에 속하며 그 대우 또한 우수하다.

인국공은 많은 이익을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내는 이익이 오로지 그 대졸정규직만의 노력으로 달성되는 것일까?


다른 예로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입사경로에 따른 차이로 인해 임금과 대우가 현격하게 차이나는 경우가 존재한다.


대다수의 우리는 개천에서는 물고기로서 사회 전체적으로 극소수의 될 놈들이 개천을 벗어나는 것에 열광하며

개천의 비참함은 본인노력의 부족이라 생각하며 산다.

사회지배층들의 엘리트주의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오찬호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와 강준만의 개천에서 용나면 안 된다라는 책을 읽으며

나 또한 현재 20대, 30대처럼 학벌과 시험에 대해 맹신하고 있었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우리사회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은 지방과 서울의 차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지방도 어떻게 보면 또하나의 개천이 되어 서울과 상당한 차별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사회의 속사정에 대해 심도있게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의미있던 책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회 전체가 개혁되기를 바라고 기대하는 것보다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더 노력해서 올라가는 것이 빠르고 합리적이란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더보기

댓글,

슬래싱하이